* 24일 오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일대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김평화씨(77)가 연일 내린 비로 질퍽한 마늘밭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는 “농사 경력 50여년 동안 9월이 다 지나도록 파종을 못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서산 등 마늘 주산지
잦은 비로 자재값·인건비 날려
예년보다 파종 시기 늦어져
날씨 추워지면 생육 차질 우려
벼 수확기 겹쳐 인력난 불가피
농민신문 태안·서산=김민지, 창녕=이선호 기자 2025. 9. 28
9월 잦은 비로 충남 태안과 서산, 경남 창녕 등 일부 마늘 주산지에서 파종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가들은 늦어진 파종이 작황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한다.
24일 태안군 근흥면 일대 마늘밭은 질퍽한 공터였다. 예년 이때쯤엔 로터리 작업을 마친 밭에 퇴비와 마늘 종자가 놓여 있었지만, 올해는 텅 비어 있었다. 이달 내내 2∼3일에 한번씩 비가 내리는 바람에 파종작업이 ‘올스톱’ 된 탓이다. 젖은 땅에 파종하면 마늘 종자가 썩거나 발아가 되지 않아 결주가 생길 위험이 높다.
근흥면에서 3306㎡(1000평) 규모로 난지형 마늘(대서종)농사를 짓는 김평화씨(77)는 “농사 경력 50여년 동안 이렇게 파종이 늦어진 적은 없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뿌려놨던 석회는 이미 비에 씻겨나갔는데, 땅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예년보다 한달이나 늦은 10월 중순에나 파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웃의 또 다른 마늘농가도 15일 파종을 계획하고 그 전에 퇴비를 뿌렸지만, 연이은 폭우에 모두 쓸려 내려갔다. 그는 “제때 파종 못하는 것도 속상한데 자재값·인건비까지 날렸다”며 “이달 중 작업은 포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태안 근흥농협에 따르면 24일까지 계약재배 마늘농가 160여곳이 모두 파종하지 못했다. 김석훈 근흥농협 지도과장은 “고령·여성 농민 대상으로 퇴비 살포를 대행하고 있지만 비가 계속 오니 작업 날짜를 잡을 수 없어 중단됐을 정도”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태안과 인접한 서산지역 상황도 마찬가지다. 조용상 서산 부석농협 채소류출하조절센터장은 “계약재배 농가 200여곳 모두 발만 동동 구르고 있고, 언제 파종할 수 있을지 가늠도 못하고 있다”며 “25일 이후 비가 한번도 오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땅 건조 시간을 고려하면 10월10일은 돼야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종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은 경남 창녕의 마늘농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긴 마찬가지다. 특히 마늘 이모작을 위해 다른 농가들보다 빠른 9월 하순에 벼 수확을 끝낸 농가들의 고충이 크다. 최근까지 비가 이어지면서 파종을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창녕군에 따르면 25일 기준 이달에만 18일간 비가 왔다.
3만3000㎡(1만평)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는 김정귀씨(69·창녕군 대지면)는 “적어도 사흘 이상은 비가 내리지 않아야 땅이 완전히 말라 로터리 작업을 할 수 있는 데, 갈아엎은 흙에 비료를 뿌리고 멀칭비닐을 덮는 데 또 열흘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면서 “나를 포함해 주변 농가 중 한명도 파종작업을 시작한 사람이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아직 벼 수확을 마치지 않은 농가들도 현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긴 마찬가지다. 이우원 부곡면 원동마을 이장은 “다음주에도 지금처럼 비가 계속 오면 10월 중순을 넘겨서야 파종작업을 할 수밖에 없어 벼와 마늘 모두에 안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가들은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종이 더 늦어지면 이후 생육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상용 부곡농협 본부장은 “10월 하순으로 가면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기 때문에 마늘 뿌리가 추위로 인해 제대로 활착하기 어렵게 된다”며 “구가 충분히 커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현장을 다니며 날씨를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태안과 서산지역 농가들은 인력 수급까지 걱정한다. 마늘 파종시기가 늦춰지면서 10월10일 전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벼 수확기와 겹치게 됐기 때문이다.
김평화씨는 “파종작업에 적어도 하루 10명은 필요하다”며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인건비는 부르는 게 값인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한민 근흥농협 조합장도 “원래 일정대로라면 인력이 마늘농가에서 벼농가로 자연스럽게 넘어갔을 텐데 올해는 인력난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