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어민신문] “농업인 정의·농지개혁·세제 개편···농정의 해묵은 숙제 풀어야”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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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J는 지난 5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업·농촌의 회복과 혁신을 모색하자’를 주제로 ‘농업·농촌의길’ 20주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의 재편 전략들을 제시했다.




GS&J ‘농업·농촌의길’


단기 성과중심 농정 한계 성찰

실질적 이행계획 구체화 시급

핵심 주체로 ‘전문농가’ 육성

은퇴-진입 선순환 구조 필요

농지 상속·양도소득세 등 개편

임대차 등 효율적 이용 촉진을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5. 11. 7



국민주권정부의 국정과제 이행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농업인의 정의 재정립, 농지 개혁, 세제개편, 농정 추진의 법적·재정적 기반 강화 등 농업 분야의 오랜 화두이자 농정 틀을 전환하기 위한 핵심 의제들을 이제는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GS&J 인스티튜트’가 5일 개최한 ‘농업·농촌의길’ 20주년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으로의 재편 전략들을 제시했다.


▲ 과거 성찰 바탕으로 구체적 이행계획 짜야

발표를 맡은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과거 농정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농정 효과와 한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새로운 추진체계의 재정비 방안을 구체화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UR 이후 투융자 계획과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도 정책지원 효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농정의 신뢰가 크게 하락했다”면서 “투융자 정책의 실질적 성과가 농업의 구조적 특성상 중장기적 관점에서 평가돼야 한다는 이해가 부족한 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짚었다. 미국, EU 등과 달리 우리는 농업 투자 초기에 WTO 출범과 FTA로 인한 시장개방 충격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데다 지원 기간도 짧아 아직 성과를 평가하기에 이르다는 것. 농업경영위험 완충제도의 미흡, 법적·재정적 추진체계의 한계 등도 농정 신뢰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임 교수는 “새 정부 농업·농촌 관련 과제들은 방향성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실현 가능성 제고를 위해 핵심 과제별 구체적 계획과 이행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 농업인 정의·육성 주체 재설정해야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농업인 정의 문제. 임정빈 교수는 “농업인의 정의 재정립은 정책 실효성 확보, 자원 배분의 형평성과 효율성 제고, 지속가능한 농업구조 전환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농업인·농가·농업경영체 개념이 혼용되면서 왜곡된 통계와 정보로 효과적인 정책 설계가 어려운 만큼 기본적으로 농업경영체를 중심으로 농정 수혜 대상과 자격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 임 교수는 “규모나 형태, 특성에 따라 차등적 맞춤 지원이 가능하도록 취미농, 소농, 전문경영체, 청년·귀농인 등 다양한 경영체 유형의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사업별 정책 대상을 선별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농정의 핵심 육성 주체를 누구로 설정할 것이냐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종합토론에서 이명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영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은 ‘전문농가’ 중심의 농정 추진을 제안했다. 이 위원은 “농지가 3ha 이상인 전문농가의 농업소득은 3500만원 수준인 반면 부업농은 500만원 이하, 자급 농가는 마이너스다”라며 “농가 유형을 정책적으로 세분화하고, 전문농가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 및 규모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전업농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이나 법인으로 규모화시키는 기본적인 농정 틀 안에서 농업인 혹은 자조조직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해 나가도록 정부는 ‘촉진자’ 역할 정도만 하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일본의 ‘인정농업인’처럼 ‘농업인 자격제도’ 등을 도입해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 농업성장의 주역이 될 청년농 육성도 맞물려 있다. 임 교수는 “농업인 퇴직 연금제 도입, 농지이양 은퇴직불제 확대로 고령농의 은퇴 조건을 제공하고, 청년농 영농정착 지원을 강화해 안정적인 농업세대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농지 제도와 관련 세제 개편 추진해야

농지 문제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임정빈 교수는 “농지의 보전과 이용 합리화, 세대 간 유동성 촉진을 위해 농지 상속제도 및 양도소득세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행 민법상 균등 상속 원칙으로 세대가 지날수록 농지가 파편화되고, 양도세 부담으로 8년 자경 요건 충족을 위해 ‘가짜 농업인’ 등록이 늘어나 농지 이전을 막고, 소유권 분산과 이용 단절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임 교수는 “농지를 승계농과 후계농에게 집중적으로 이전될 수 있도록, 상속법과 양도소득세 체계를 농업 특성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면서, 농지 단독 상속(승계) 우선권과 세금 감면 혜택 등의 방안을 거론했다.

황의식 GS&J 농정혁신연구원장도 “농지의 소유와 이용, 보존이라는 세 축이 분리된 상황에서 양도소득세와 같은 조세제도가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보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양도세 개편과 함께, “농지를 소유에서 이용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임대차 문제 등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농지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농지 개혁과 세제개편은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지만, 진척이 안 되고 있다”면서 “어떻게 실천할지가 중요하다. 제도 개혁에는 그야말로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고, 이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문경 늘봄영농조합법인의 공동영농 사례를 언급, “청년농에 대한 우선 배정으로 집적화된 농지에서 이탈되는 문제 등 중앙 지침이 현장의 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현장에 기반한 정책 구상이 요구되고, 경제주체인 농업인의 주도성과 책임성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세·부가가치세 면세 등 농업 세제 기반 개편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황의식 원장은 “농업인이 소득 증빙을 하지 못하는 경제주체로 돼 있어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 농산물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로 거래 정보가 누락돼 불법유통 문제 등 유통질서 확립도 어렵다”며, 개편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농정 추진의 법적·재정적 기반 강화해야

임 교수는 농정 추진체계의 법적 기반 강화와 함께 재정적 기반 확충의 중요성을 꼽았다.

이를 위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집행법적 성격을 넣어 농정 추진의 법적 구속력을 높이고, 1년 예산 중심의 재량적 재정지출 방식을 예산 한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법정 의무지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연간 재정지출 변동성이 높은 농가 경영위험 완충 지원제도, 긴급농업재해지원, 농업재해보험사업 등은 미국처럼 법정 의무지출 방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토론에서도 “이미 우리 정부 예산의 50%가량이 의무지출 방식이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이 대표적”이라면서 “농업 예산 중에서도 공익직불, 살처분 보상 등이 이에 해당된다. 기재부 등 부처 재량권 문제가 걸림돌이지만, 못할 이유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농가 소득안정망 강화, 기후위기 대응체계 구축

농가 경영과 소득 안정망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임 교수는 “농정의 제1과제는 농가소득 안정화”라며, 쌀 포함 주요 식량작물에 대한 생산자율형 가격안정제도 도입, 농업재해보험 및 수입안정보험제도 개선, 농업재해대책 강화 등을 강조했다.

김동환 원장은 “기존 경영안정제도는 가격 중심인데,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생산비 보장 차원에서 생산비를 반영한 경영안정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의 도입을 제안했다.

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장은 미래 기후위기에 대비한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 “과거에 투자된 농업 생산기반이 이상기후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 인프라 분야의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투자를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욱 농협미래전략연구소장은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보급형 스마트팜 확산을 정책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적은 금액을 투자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보급형 스마트팜을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반값 농기계’ 사업처럼 예산을 확대해 대대적으로 ‘반값 스마트팜’ 보급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