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효율적 농지제도 개선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9월 25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국회 ‘농지제도 개선’ 정책토론
농지 거래 침체 원인 두고 ‘규제 탓-고금리 탓’ 엇갈려
농지은행 활용 유동성 공급 지역·목적별 차등규제 제안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9. 30
제22대 국회에서만 농지법 개정안이 32건 발의될 만큼 농지 규제 완화가 농정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1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농지 투기 사태로 거래 요건이 강화된 시점 이후 농지 거래가 침체됐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침체가 제도 강화의 결과인지, 고금리 등 외부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농지은행을 통한 시장 유동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신중론과 함께, 지역·목적별 ‘핀셋 완화’가 대안으로 힘을 얻는 분위기다.
지난 9월 25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효율적 농지제도 개선방안 모색’ 정책토론회는 이러한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룬 자리였다. 토론회는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원택·정희용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하반기 국회 농해수위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지법 개정 논의 본격화가 예고된 가운데 열린 만큼, 이번 토론회는 향후 입법 방향의 가늠자로 주목받았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 완화에 ‘신중론’을 제기했다. 채 연구위원은 “농지 거래 침체의 원인이 규제 탓인지, 고금리 탓인지 두 목소리가 엇갈린다”며 “그동안 경험과 상황에 기댄 주장이 많았던 만큼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농지 거래 회전율은 연간 2% 수준으로, 0.6~0.7%가량인 일본이나 독일보다 높다. 2%만 유지돼도 세대 간 승계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2023년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급감했지만 최근 10년 평균은 2.7%”로 단기 수치만 근거로 제도 개선을 논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지 회전율이 일정 기준(임계치) 이하로 떨어질 경우, 농지은행이 보유한 비축 물량을 활용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경착륙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 3년 평균 추세를 지켜본 뒤 개선 여부를 논의하고, 추후 인구감소·농촌소멸 지역은 조건부·시한부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비수도권 중심 규제 완화···투기목적은 강하게 제재해야”
주말·체험농장 탄력적 적용 도시민 주소 이전 의무화를
종합토론에서는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LH 사태 이후 강화된 규제가 농지 거래 감소와 가격 하락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하면서도, 일률적 완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데에 대체로 공감했다.
이상혁 영천 고경농협 조합장은 “농지 취득 규제 강화 이후 거래 감소와 가격 하락이 이어졌는데도 정부는 ‘효과가 미미하다’며 개선에 소극적”이라며 “영천의 경우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구입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그중에서도 소멸지역 간 차이를 제도에 반영해 이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투기 목적은 강하게 제재하되 농촌의 경우 시장이 살아날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준원 전 농식품부 차관은 “도시민 농지 취득을 획일적으로 막을 게 아니라 아파트 투기 대책처럼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 비수도권 읍·면 지역 농촌에서의 주말·체험형 농지 취득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비수도권 지역의 주말·체험 영농까지 규제하면 귀농·귀촌 수요를 위축시켜 농촌 활력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업경영계획서 심사 기준을 영농의지 같은 추상적 기준 대신 농업경영체 등록 기간과 취득 후 일정 기간 전용 금지 등 객관적 기준으로 바꾸고, 도시민이 300평 이상 취득할 경우 일정 기간 내 주소 이전 의무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용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지 관련 이슈는 현장과 법의 괴리가 크다”며 “경자유전 원칙만 고수하기도 어렵지만, 한 번 완화된 규제는 되돌리기 힘든 만큼 사회·경제·환경 요소를 모두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지역 간 괴리가 크기에 전국적으로 일률적인 농지 제도를 적용하기보단 지역별 상황에 맞춰 차등시킬 필요는 있다. 이 과정에서 환경 보호와 농지의 지속 가능한 관리를 위한 대응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농지제도 개선 방향으로 △농업생산성 증진 △농지 활용 활성화 △식량안보 강화를 제시했다. 김기환 농식품부 농지과장은 “2021년을 정점으로 거래량이 하락했지만 최근 감소세가 진정되고 반등 조짐도 보인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과 정부의 안전판 역할이 맞물리면 거래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올해 청년농을 위해 공공임대 농지 2500ha를 매입했고, 내년에는 70% 이상 늘려 4200ha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매입 확대가 거래 촉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선 방향과 관련해 김 과장은 “농지를 자산이 아닌 생산 수단으로 보고 규모화·집단화·세대 전환을 촉진하고, 농지은행을 통해 상속·이농 농지를 농업인에게 공급하겠다”며 “행위 중심 규제에서 벗어나 기본방침을 법제화하고 지자체가 기본·실천계획을 수립해 농업진흥지역과 농지 총량을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 농지법 개정안이 32건 발의돼 있다”며 “오늘 논의된 시사점과 농업생산성 증진, 농지 활용 활성화, 식량안보 강화를 방향으로 국회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제도 개선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