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이슈플러스’ 대책 강조
80세 이상 10만명 당 17.7명
의료접근성 제약·동거가족 부재
아플 때 적절한 대처 어려워
전용기금 만들어 위험지에 집중
이동형 상담버스 도입 등
농촌지역 맞춤형 대책 마련을
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2025. 9. 9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한 우리나라에서, 농촌지역 자살률이 도시보다 높게 나타나며 사회적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신체적 고충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고령층이 농촌 자살률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4일 발표한 ‘이슈플러스’(김수린 선임연구위원)에서 농촌이 주도적으로 자살 예방 대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 마련과 공동체 역량 강화 등 농촌 맞춤형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농촌지역 자살 실태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7.2명으로, OECD 평균의 2.5배에 이른다. 농촌은 이보다 심각하다. 같은 해 농촌 자살률은 31.7명으로 도시(26.8명)를 웃돌았으며, 인구감소지역 62개 군은 무려 48.7명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고령층 비중이 컸다. 농촌의 80세 이상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7.7명으로 도시(8.9명)의 약 두 배였다.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도 농촌 노인의 1.5%가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고, 함께 사는 가족이 부재해 적절한 대처가 어려운 농촌 노인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로움 역시 노년기 자살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 해외 사례
일본은 시정촌(기초자치단체) 단위까지 자살예방 대책을 의무화하고, 중앙정부가 ‘지역 자살대책 패키지’를 지원한다.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2021년 기준 약 8300억원으로, 2025년 우리나라 관련 예산(587.5억원, 추경 포함)과 비교해도 규모 차이가 크다. 적극적인 재정투자로 2023년 자살률은 약 17.4명으로 2003년 대비 약 36%가 감소했다.
호주도 농촌이 도시보다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자 2007년부터 개별 농촌 특성을 반영한 ‘Good SPACE(좋은 공간)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들이 자살취약 신호를 인식하고, 발견시 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미국은 농업인의 정신건강이 취약하다는 문제의식 하에 2019년 농무부(USDA) 산하 국가식품농업연구소(NIFA) 주도로 ‘농장·목장 스트레스 지원 네트워크(FRSAN)’를 구축, 현재 55개 주에서 농업 생산 관련 스트레스 완화를 목적으로 지역에 맞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 예산·인프라 확충 필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농촌에 특화된 자살예방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농경연은 지역 인프라와 재정 여건이 취약해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농촌의 현실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가칭)농촌 자살예방 전용기금’을 신설, 자살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지역 단위 자살예방사업은 대부분 지방비 대응 투자가 요구되지만, 재정이 열악한 농촌에서는 예방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험도에 따른 예산 차등 지원 △지방비 대응 투자 비율 조정 등이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됐다.
정책 단위도 행정구역이 아닌 인근 지자체와 연계한 ‘생활권’ 단위로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더불어 이동형 상담버스 도입, ICT 기반 비대면 서비스, 지역 맞춤형 상담 창구 마련 등 기초 인프라 확충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전달 방식도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농촌지역 공동체의 역할도 강조됐다. 주민 간 유대가 자살 예방의 핵심 보호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마을 단위 생명지킴이 교육과 캠페인을 확대해 ‘자살예방은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린 연구위원은 “농촌의 여건이 반영된 자살예방 대책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농촌이 주도적으로 자살 예방 대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주민이 일상에서 자살 예방을 실천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