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락시장 유통인들에게 선보인 신품종 배 청밀(사진 왼쪽)과 설원.
[신품종 배 평가회] ‘설원’ 맛·식감·크기 호평···‘청밀’ 변별력 더 갖춰야
▶저장성 우수한 ‘설원’
울산시와 생산단지 조성 추진
공급량 충분하면 경쟁력 있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청밀’
소비자 거부감 해소가 관건
맛·식감 등 균일하게 맞춰야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2025. 9. 9
국내에서 개발한 신품종 배 ‘설원’과 ‘청밀’이 경매사·중도매인 등 도매시장 유통인들로부터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설원의 경우 공급량만 충분하다면 시장 경쟁력이 있는 품종으로 주목받았고, 청밀은 맛·식감 등 품종 자체에 대한 변별력을 더 갖추면서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도매시장에서 성공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촌진흥청과 충청남도농업기술원은 지난 8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중앙청과 회의실에서 배 신품종 설원과 청밀에 대한 도매유통인 시장성 평가회를 개최했다.
▲ 설원·청밀 배 특성은?
농촌진흥청 배연구센터의 정해원 연구사에 따르면 ‘설원’은 농촌진흥청 배연구센터에서 1994년 교배해 2013년 품종등록을 마쳤다. 9월초 수확 가능한 조생종 녹황색 배로, 과중은 650g 정도의 대과에 속한다. 당도는 평균 13브릭스지만 제 숙기에 수확할 경우 14~15브릭스까지 나온다. 때문에 수확 직전 비가 오거나 기상 여건이 좋지 않더라도 큰 차이 없이 당도를 유지한다는 게 정해원 연구사의 설명이다.
또한 저장성도 우수해 상온 저장했을 때는 30일까지, 저온 저장 시에는 3개월 이상 큰 문제없이 유통 가능하다. 갈변도 적어 조각 과일 상태에서도 15일간 색이 변하지 않는다. 정해원 연구사는 “설원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이어지면서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라며 “대대적으로 설원 배 생산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울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로, 2028년까지 울산 지역 재배면적을 128ha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청밀’은 청색계통 배로, 9월 이전부터 수확이 가능한 조중생종의 중대과 품종이다. 평균 과중은 586g정도다. 충남농업기술원에서 1997년 교배한 이후 24년간 특성 검증을 거쳐 지난 2022년 품종 출원을 마쳤다. 껍질이 얇아 껍질 째 먹을 수 있다는 게 다른 배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석세포도 거의 없어 부드럽고 아삭한 식감을 가졌다. 윤홍기 충남농업기술원 디지털과수팀장은 “청밀 배의 큰 장점이 껍질 째 먹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조금 이물감이 있는데 먹을수록 오히려 더 맛이 좋다는 평가가 많다”라고 언급했다.
청밀 배의 당도는 9월 상순 14브릭스, 9월 하순에는 15브릭스 이상도 가능하며, 상온에서는 3주, 저온 저장은 90일까지 상품성이 유지된다. 특히 신고 배 등에 비해 개화가 4일정도 늦어 농가 입장에선 개화기 저온 피해를 덜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설원, 공급량 확대가 관건
설원 품종부터 진행한 평가에서 가락시장 유통인들은 대부분 설원의 맛, 식감, 크기 등에 좋은 평가를 내리며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배 자체 품질 문제보다는 아직 재배 농가가 적어 공급량이 극히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공급량만 뒷받침 된다면 시장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게 대다수 유통인들의 목소리다.
가락시장 중도매인인 유형선 찬솔농산 대표는 “청배의 특성상 과피가 얼룩덜룩한 ‘동녹’ 현상이 있는데, 설원 같은 품종은 제수용보다는 일반 생식용으로 판매와 구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라며 “청색 배 품종 가운데 청량감은 높으나 당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그린시스’와 당도는 높지만 쉽게 물러지는 ‘슈퍼골드’의 장점을 모아 놓은 품종이 설원”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설원을 2년 전부터 취급했는데 단점이 공급량이 너무 부족해서 거래처의 재구매 요청이 있어도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물량 공급만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면 도매유통에서도 또 소매 시에도 상당히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수 중앙청과 과장(경매사)도 “신고 등은 외형을 중요하게 보는 소비자가 많은데, 특수 배 선호도가 높은 젊은 층에선 모양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면서 “설원은 당도나 식감 등이 모두 우수해 공급만 충분하면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설원이 숙기에 예민한 품종인 만큼 농가 보급 과정에서 숙기를 잘 조절할 수 있도록 재배 기술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은섭 서울청과 차장(경매사)은 “4년 째 설원을 취급하고 있는데 당도와 식감 등 품질은 우수하지만 숙기에 너무 예민해 숙기가 조금만 넘어가도 상품성이 아예 망가져 버린다”라며 “농가에 품종 보급을 확대하기에 앞서 숙기를 조절할 수 있는 재배법에 대한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청밀, 품종 변별력 더 키워야
청밀에 대해서는 다소 박한 평가가 내려졌다. 이날 샘플로 가져온 배는 당도, 식감 등에서 다른 배와 큰 차이를 찾을 수 없고, 충남농기원에서 내세운 ‘껍질 째 먹을 수 있다’는 부분도 장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가락시장 유통인들의 의견이다.
가락시장 중도매인인 이정호 중앙동인 대표는 “샘플 배 맛이 모두 다르다"라며 "과 마다 맛에 편차가 있으면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배는 깎아 먹는 과일로 인식돼 있는 상황으로, 껍질을 먹게 하려면 기능성이 있던지, 껍질 째 먹었을 때 맛이 더 좋던지 해야 하는데 차라리 깎아서 먹는 것이 맛이 더 낫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수의 중도매인과 경매사들도 “껍질 째 먹는 것은 다른 특이성이 있지 않는 한 소비자 거부감이 높을 것”이라며 “과육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다는 부분도 와 닿지 않는데, 맛이나 식감 등에 대한 특성이 드러나면서도 상품성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