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정부가 가루쌀 정책에 집중적으로 힘을 쏟았지만, 최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책 실패’와 ‘속도 조절’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부 정책에 맞춰 작목을 전환한 가루쌀 농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23년 4월 농림축산식품부가 가루쌀 산업 활성화를 위한 미래 비전 선포식을 진행한 모습. 사진=농식품부
* 지난 3월 가루쌀 생산단지 사업설명회에서 소개된 가루쌀로 만든 빵 등의 제품들. 가루쌀업계는 가공 수요를 늘리는 일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감서 ‘정책 실패’ 집중포화···현장 표정은
정치권 ‘전면 재검토’ 요청에 농식품부 “속도조절 필요”
농가 “두 번 죽이나” 발동동 정책 일관성 확보 촉구 탄원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10. 31
“지금 가루쌀 농가들은 가루쌀과 동계작물을 연계한 한 해 영농 설계를 이미 마친 상태입니다. 3년 만에 다시 정책을 전환하면, 정부를 믿고 정책을 따랐던 농가들을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수확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루쌀(분질미) 농가들이 수확의 기쁨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이 지난 정부의 가루쌀 정책을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고,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루쌀 정책을 둘러싼 공기가 눈에 띄게 식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농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공방에 우려를 표한다. 한 가루쌀 농가는 “수확을 마치고 동계작물을 심어야 하는 시기에 정책 비판과 축소 얘기만 들리니 답답하다”며 “정치권 공방 어디에도 우리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가루쌀공동경영체연합회는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에게 ‘가루쌀 산업의 장기적 육성 및 정책 일관성 확보 촉구’ 탄원서를 제출했다. 연합회는 탄원서에서 △가루쌀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지원 유지 △적극적·전략적 소비수요 개발사업 지원을 요구했다.
정책지원에 대해선 재배기술 안정화와 우량 품종 개량을 지속 추진하고, 향후 최소 5년간 1만ha 이상의 적정 면적과 기존 지원사업을 유지해 달라고 밝혔다.
수요 개발과 관련해선 기존 대기업 중심 지원만으로는 소비층 저변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빵집·전통주 업체·요식업소·튀김가게 등 소상공인·중소업체의 원료 접근성 개선, 상품 개발·홍보 지원을 통한 지역 단위 제품 개발을 제안했다. 또한 학교급식·가공식품·군납·공공조달 등 정부 주도의 수요처 개척과 함께, 연합회 주도의 가공업체·요리학교·전문가 대상 홍보사업 지원을 요청했다. 아울러 ‘쌀을 가루로 만든 것’으로 오인되는 ‘가루쌀’ 명칭을 ‘바로미’ 계열 또는 새로운 브랜드로 재정비해 이미지를 강화하자는 제안도 담았다.
“농가 재배 의향 높아, 정책 10년은 유지해야”
이승택 한국가루쌀공동경영체연합회장은 “지금 가루쌀 농가들은 재배 의향이 높고, 동계작물과 연계한 1년 영농 설계도 마친 상황”이라며 “농가 의향조사에서도 정부의 재배면적 조사보다 높게 나타난 만큼 적어도 10년은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농촌진흥청에서 기존 ‘바로미2’보다 재배가 수월하고 수량성도 개선된 신품종을 개발해 전국 6곳에서 시범 재배 중이며, 올해 수확 결과도 기존 품종보다 좋다. 빠르면 3년 안에 이 종자로 대체하려 한다”며 “산업이 조금씩 정착되려는 시점에 무턱대고 정책을 전환하는 것은, 정부 정책을 믿고 농정을 설계한 농가들을 두 번 죽이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농가 컨설팅을 진행하는 박종포 박사는 “그동안 정부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된 적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엔 특히 너무 빠르다”며 “이런 상황에서 농민들이 정책을 어떻게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생산 확대 메시지만 있었지 수요 설계가 없었다. 정확히 어느 수준으로 유지할지 정부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며 “3~4년째 가루쌀을 재배한 농가들은 기술이 안정돼 계속할 의지가 강하다. 핵심 재배 면적 1만ha 정도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확한 실태조사를 다시 하고,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수요 기반을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정부에서 가루쌀을 집중 육성·지원하며 가루쌀 재배면적은 2023년 2000ha(38개소)에서 2025년 1만1000ha(151개소)로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