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서천군 마서면~전북 군산시 성산면에 걸쳐 금강 하구에 설치된 금강하굿둑의 야경. [사진제공 한국농어촌공사]
*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전북 군산시 소재 한국농어촌공사 금강사업단에서 금강하구둑 현장을 점검했다. 이날 김 장관은 "하구둑 용수 공급 기능을 유지하면서 하구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하굿둑 개방으로 인한 염해·농업용수 공급 대책 없어 농업계 ‘불안’
재자연화·생태계만큼 중요한 농업부문
후순위로 밀려선 안돼
농사피해·간접적 문제 제대로 짚어야
농업계·환경계 갈등 줄이고
지속가능한 물 관리 위해
끊임없는 ‘소통’ 해야할 때
농수축산신문 박세준 기자 2025. 9. 12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13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낙동강 하굿둑의 개방 확대와 영산강·금강의 하구 생태계 복원 검토를 천명했다.
하굿둑 개방으로 대표되는 하구 생태계의 자연성 회복 조치는 각 지역의 농업생산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론 형성 과정에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농업계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외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구 생태계 복원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 살펴봤다.
# 바닷물 역류를 막는 하굿둑, 재난은 막지만 환경은 파괴
하구(河口)란 강과 바다가 연결돼 있는 지형으로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영역이다. 민물인 강물과 염수인 바닷물이 혼합된데다 썰물과 밀물의 영향을 받고 하천의 수량과 지형조건에 따라 매우 다양한 특성을 띠어 역동적인 생태계를 형성해 생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다.
하지만 하구에선 밀물 때 바닷물이 하천으로 역류하면서 인근 농경지에 염류 피해를 일으킬 수 있으며 폭우라도 내리면 이미 물길에 가득 찬 바닷물 때문에 불어난 강물이 바다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
하굿둑은 이 같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건설된다. 하굿둑은 바다와 강을 끊어서 바닷물과 강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일종의 댐으로 하천에 바닷물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 홍수를 예방하고 용수를 확보하는 구조물이다.
하굿둑을 건설하면 해수와 강물의 흐름을 막아 보다 많은 민물을 하류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하굿둑 안쪽에 담수호가 생기면서 활용할 수 있는 용수량이 늘어난다. 또 농지면적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물길을 막기 때문에 수질 악화와 하구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고 이로 인한 수산 자원 감소로 지역 어업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환경운동 관련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하굿둑의 수문을 개방, 강물과 바닷물의 흐름을 연결해 수질개선과 생태계 회복을 도모하자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최근 다시 쟁점이 되는 하굿둑은 낙동강, 영산강, 금강의 하굿둑으로 특히 영산강하굿둑과 금강하굿둑은 농업용수 공급을 주목적으로 각각 1981년, 1990년 준공돼 현재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영산강하굿둑은 영산강과 연결돼 있는 영암호와 금호호에서만 해도 지난해 기준 1억2000만 톤의 농업용수를 전남 각 지역에 공급하는데 기여했으며 금강하굿둑도 금강호를 통해 지난해 2억1891만 톤의 농업용수를 전북과 충남에 공급했다.
# 농업계 의견 수렴 없는 하구 복원 ‘우려’
농업계에선 하굿둑 개방으로 인한 바닷물 유통이 불러일으킬 염해 피해와 지역 농업용수 공급 체계의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임병희 한국농축산연합회 집행위원장(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어떤 농업인이 농업 환경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하굿둑 개방을 논의할 수 있겠는가”라며 “가령 금강의 경우 부여까지 소금물이 올라올 수 있다는 말도 있는데 그럼 부여 밑의 양수장은 어떻게 이전하고 그곳의 농지는 어디서 물을 끌어와야 하는지 평가도 없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진행되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업 기반 시설 전문가들도 하굿둑 개방에 따른 농업용수 공급 대안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연구자는 “새만금 개발 계획에 따르면 수질 문제로 담수화를 포기한 새만금호 대신 금강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로 한 상황이라 금강물이 바닷물의 영향을 받으면 새만금 개발 계획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영산강도 물이 부족한 영암호와 금호호 사이에 연락수로를 연결해 영산강-영암호-금호호를 거쳐 해남과 진도까지 공급하는 복잡한 농업용수 공급체계가 형성된 상황인데 하굿둑을 개방하게 되면 바닷물의 영향으로 전남 지역 농업용수 공급체계를 다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광야 한국농공학회 부회장(충남대 연구교수)도 “하굿둑으로 생긴 담수호는 일반적인 저수지와 달리 물이 낮은 곳에 있어 양수 시설로 취수해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며 “하굿둑을 개방하면 염수가 올라오지 않는 범위까지 취·양수 시설을 옮겨야 하는데 재정을 투입해 다른 수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굿둑 개방으로 인한 문제 해결 비용을 환경부가 책임질지, 농림축산식품부가 책임질지도 논쟁거리”라며 “만약 농식품부가 책임져야 한다면 가뜩이나 시설의 노후화·낙후화로 유지·관리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농업생산기반에 투자했던 돈을 또 투자해야 돼 손해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 한국농공학회 등이 개최한 ‘2021년 제1회 농어촌물포럼’에서도 영산강하굿둑 개방 시 염해 피해로 1만7000ha에서 경작이 불가능해지고 남악신도시, 저지대 농경지 등에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나아가 신규저수지 등 확보비용으로 4조~8조3000억 원이, 매몰비용도 3조700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통합물관리 체제 아래 환경부 주도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농업계의 의견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점도 농업계의 불안 요인이다.
임 집행위원장은 “국가통합물관리위원회가 환경부 조직이라 재자연화, 생태계 등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농업 부문은 후순위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농업용수가 전체 용수 이용량의 50% 초중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농업계에 의견을 먼저 물어봐야 하는데 아직 (대화가) 진행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환경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도 “환경계 일부에선 하굿둑을 개방해도 농업에 크게 지장 없다면서 5~10월 관개기에만 하굿둑을 개방하지 말자는 등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문제없다는 검토도 없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일만 추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농사 피해나 간접적으로 생기는 문제에 대해 확실히 검토하고 다음 단계로 진행되면 좋은데 하굿둑 개방 문제를 논의할 때 농업 분야에선 한두 명만 참여하고 개방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다수가 참여해 아쉽다”고 전했다.
영산강과 금강의 하굿둑 문제와 관련해 환경부는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와 협의해 전문가, 농업인 등을 포괄하는 협의체를 꾸리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호정 환경부 수질수생태과 사무관은 “아직 농식품부, 해수부 등 관계 부처 간에 필요성을 느껴서 협의체 구성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단계”라며 “이르면 이달 중순 무렵에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 농업계와 환경계,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시점
하굿둑 개방 문제는 이재명 정부가 대선 기간 공약으로 내걸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도 천명한 4대강 보 개방 확대 등을 통한 재자연화 문제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국내 4대강은 크게 상류의 댐, 중류의 보, 하구의 하굿둑이 물 흐름을 막고 있는 구조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 발표한 ‘수생태계 연속성 확보로 물 흐르는 하천환경 조성’을 달성하기 위해선 보의 개방은 물론 하굿둑까지 개방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7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4대강) 보를 철거·개방하더라도 금강이나 영산강은 하굿둑으로 다 막혀있다”며 “(4대강 재자연화는) 강물이 흐르다가 하굿둑에서 막히는 문제까지 해결하지 않으면 온전하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김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영산강과 금강의 하굿둑을 개방하면 취·양수에 문제가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4대강 수자원 체계를 전면적으로 손보는 시점을 앞두고 농업계와 환경계가 갈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물관리를 위해서도 소통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승헌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장은 “농사도 지어야 하고 환경도 보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극단으로 무리하게 결론을 내리면 4~5년 후 다시 번복될 수 있다”며 “끊임없이 숙의해서 상호 주장과 요구를 파악하고 타협과 양보하는, 지루하지만 민주주의적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 원장은 “새만금 간척 사례를 보면 시민단체와 국가에서 추천한 전문가들이 민관 합동 조사단을 구성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합의를 내리지 않기로 합의’하고 끝냈다”며 “4대강이나 하굿둑 문제도 조사하기 전에 어떻게 결론을 내릴 것인지, 가령 평가 결과 50점 이상 나오면 미흡하더라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50점 미만이면 실패한 사업으로 합의하고 다음 단계를 조사할 것인지 등을 합의해야 이같은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이광야 부회장도 “전 세계적으로 하굿둑을 개방한 사례가 여섯 개 있지만 대부분 홍수 방어용 하굿둑을 개방한 것으로 농업용 수자원을 포기하면서 개방한 사례는 없었다”며 “유럽에선 농업계가 일부만 관여돼 있어도 논쟁과 검토를 많이 한 뒤에 실행했지만 우리나라는 속도전으로 진행돼 면밀한 연구와 농업계의 충분한 이해와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염려했다.
이어 그는 “지역 농업인들도 관심을 갖고 충분한 정보공개를 요구한 뒤 농업생산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프로젝트 등을 함께 제안하는 게 맞다”며 “농업용수 전문가의 많은 참여를 통해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것뿐 아니라 책임 여부에 대한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