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 균형균형 발전 등에 대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 김민석 국무총리가 취임 첫 행보로 송미령 장관 유임을 반대하는 농민단체 농성장을 찾았다.
*국가 책임농정을 강조하는 이재명 대통령 앞에 놓인 농정 과제도 산적하다.
기자회견서 ‘지방 균형발전’ 강조
''국가책임농정'' 제도적 기반 마련
농식품부 예산 20조 돌파도 주목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9. 12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 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며, 강력하고 체계적인 지방 우대정책을 강조했다.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는 수도권 집중에서 비롯된다. 이제는 수도권 집중의 한계가 작동하기 시작했고, 균형발전 전략을 취하지 않으면 나라가 더 이상 지속 성장·발전하기 어렵다”며 “재정 배분이나 SOC 배분 등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지방 우대 정책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시사항도 알렸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정책 결정을 할 때 지방 균형발전 영향평가를 의무화하라고 지시했다. 환경영향평가처럼 제도화하고, 수도권·비수도권 간 거리 차이에 따른 인센티브 차등 부여도 검토하겠다”며 “수도권 집중이 이어질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빈말이 아닌 강력한 의지를 갖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견에서 농업 관련 구체적인 질의응답은 없었지만, 지난 100일간 농정 분야에서도 굵직한 변화가 있었다. ‘국가책임농정’을 내건 이재명 정부 100일의 변화를 짚어본다.
#100일간의 농정 변화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당장 농업계와 정치권에서 찬반 논란이 거셌다. 송 장관은 “당혹스럽지만 분골쇄신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취임 직후 첫 행보로 농민단체 농성장을 찾으면서 논란은 진정 국면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인 7월 2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직접 농정을 챙기겠다”며 ‘국가책임농정’ 기조를 재확인하고, 양곡관리법을 포함한 농업 민생 4법의 조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이후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이 7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8월 3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리고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한우법)’도 11년 만에 제정됐다.
이로써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쌀값 안정적 보장, 농산물 가격안정제, 재해 국가책임제 등 국가 책임농정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기후위기와 생산비 폭등 등 다중위기 속에서 농정의 국가 책임과 농가경영안정을 제도화한 점은 진일보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쌀·소고기 추가 개방 요구가 쟁점으로 떠올랐으나, 정부가 이를 막아내며 농업계의 우려를 일정 부분 불식시킨 것도 성과로 꼽힌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논의된 검역 절차 개선 문제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는 여전히 농업계의 불안 요소다.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은 전년 대비 6.9% 증액돼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상징적 성과로 평가되지만, 전체 부처 대비 낮은 증가율과 농민단체가 요구해온 생산비 보전 지원 사업의 미반영은 한계로 지적된다.
# 앞으로의 과제 산적
‘수확기 쌀값’ 시험대…청년농 대책·농지법 개정 최대 관심사
농업4법, 당초안보다 후퇴 여론
시행령 등 하위 규정 잘 살펴야
세대전환 등 농업구조 재편위한
사회적 합의-공감대 형성 숙제
100일간의 농정 변화 속 앞으로의 농정과제는 무겁다. 우선 쌀값 안정이 시험대다. 지난 3년간 약세를 이어온 쌀값이 수확기에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당면 과제다. 기저효과에도 불구 ‘쌀값이 급등했다’는 식의 여론 몰이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지도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농업 4법의 하위 규정과 관련 예산도 관심사다. 법 제정 과정에서 핵심내용의 일부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할증제 폐지를 기대했던 농어업재해보험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재해에만 할증을 면제해주는 내용으로 수정됐고, 농안법의 경우 가격안정제 기준가격에서 ‘평년가격’ 조항이 삭제되면서 당초보다 보전 기준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보험료 할증제 기준, 쌀 시장격리 발동 기준, 가격안정제 기준가격 등 핵심사항을 시행령으로 정부 재량에 맡긴 것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제도 시행준비 과정에서 시행령 등 하위규정, 예산 확보와 집행 방식 등이 법의 취지와 맞는지 여부, 제도의 실효성 등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가 책임농정의 마지막 퍼즐인 필수농자재 지원법을 실효성 있게 제정하는 일도 남았다.
여기에 농지법 개정 문제도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지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황에서, 농지의 보전과 투기 방지라는 원칙을 어떻게 지켜낼지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또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전환’을 약속한 청년·후계농 정책에 대해서도 구체적 대안 제시가 요구되며, 대선 과정에서 강조했던 농어촌기본소득과 햇빛연금은 예산 문제와 부지 선정 등 예민한 쟁점이 많다.
최흥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농업 4법이 농민을 위한 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지난해 안과 비교하면 다소 후퇴한 부분은 아쉽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직접 책임농정을 강조한 만큼, 앞으로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책임 있게 농정을 이끌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특히 “청년 후계농 정책과 관련 초기 자금만 지원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 정착까지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농업 현장에서 우리 12만 후계농업경영인이 선배이자 멘토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취임 100일 동안 농업 분야에서 본질적인 변화는 드러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주로 리스크 관리 차원의 대응에 머물렀고, 농업 구조 개혁과 경영 안정 같은 근본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농민 경영 안정, 중장기적으로는 세대 전환과 농업 구조 재편을 체계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국회·농민단체 간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더 이상 본질적 의제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