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수급관리·가격안정제 도입
사후조치 아닌 생육부터 관리
수급관리센터 세부 방침 없고
‘기준가격’ 모호해 산지선 우려
농민신문 서효상 기자 2025. 9. 28
정부가 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원예농산물 수급안정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에 대해 일선 현장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계 농업’ ‘데이터 농업’을 실현하겠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세부 실행계획이 없거나 모호해 실현 가능성이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 정부, ‘농안법’ 개정에 따른 신규 사업 내년 도입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가격안정제 및 안정 생산·공급 지원사업’의 내년 도입을 앞두고 권역별 설명회를 9월10일∼10월1일 벌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관계자가 참석 대상이다. 해당 사업은 8월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에 따른 신규 사업이다.
‘농안법’ 개정안의 핵심은 정부와 지자체가 주요 품목에 대해 ‘농산물의 수급에 관한 계획(농산물 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생육단계부터 출하단계까지 아우르는 선제적 수급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수급 불안 때는 정부 수매 등 사후 조치를 강화한다. 만일 해당연도 농산물 평균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가격안정제’ 제도를 통해 그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한다.
이에 따라 신규 사업의 핵심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선제적 수급관리와 가격안정제다. 방점은 앞 부분인 선제적 수급관리에 찍힌다. 정수연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23일 충남 홍성 농협충남세종본부에서 진행한 설명회에서 “기존 수급 대책은 과잉 생산 때 폐기 또는 시장격리, 부족 생산 때 외국산 수입 등 사후조치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후조치 한계를 극복하고자 생육단계부터 정부 주도로 공급을 안정화해 농산물 수급을 선제적으로 조절하겠다는 것이 신규 사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가 들고 나선 것이 지자체 차원의 ‘수급관리센터’ 설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각 시도에서 수급계획, 즉 재배면적(안), 예상 출하 물량·시기, 재정투입(안) 등을 제출하면 이를 ‘중앙협의회’ 차원에서 협의·조정할 계획”이라며 “품목별·지역별로 각기 다른 산지 상황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 세부방침 없고 ‘기준가격’ 모호해…실현 가능성에 의문
산지 관계자들은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침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안대로라면 각 시도는 수급관리센터를 주축으로 해당 지역의 특정 품목 농가의 재배면적과 작황, 예상 출하시기, 병해충 발생 현황 등을 파악해 수급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인원이나 조직의 규모, 투입 예산 등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강원지역 산지 관계자 A씨는 “농협과 계약재배하는 농가별 출하 현황은 파악한다고 쳐도, 산지유통인·영농조합법인 등에 대한 출하 데이터는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강원지역에서 생산되는 무·배추 중 지역농협 점유율은 20%대에 그친다.
전남지역 산지 관계자 B씨는 “현재 각 농협지역본부 내 수급 담당자는 1∼2명 수준”이라면서 “수급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수급계획을 세워달라는데, 센터를 어떻게 꾸릴지에 대한 지침을 전달받은 게 전무하다”고 토로했다.
가격안정제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기준가격’ 개념이다. 제주지역 산지 관계자 C씨는 “기존 채소가격안정제는 가격차 보전 기준이 5개년 평균 시세인데 새로 도입하는 기준가격은 ‘경영비·자가노동비 등 생산비용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면서 “실제 경영비·자가노동비 등이 확인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은 “생육단계부터 재배면적과 예상 출하시기를 파악해 이를 예상 수요와 연계해 관리하는 이른바 통계농업 체계가 국내 농업계에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기준가격 산출 등에 대해선 세심한 접근이 절실해보인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 8월 이 사업을 본격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국회·지자체·생산자단체와 협의를 통해 하위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