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용 전북 김제농협 조합장(가운데)과 농민들이 수확기인데도 여전히 콩잎이 떨어지지 않은 모습을 살펴보며 걱정하고 있다.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 발맞춰
전환농가, 농기계 등 적극 투자
등숙기 잦은 비로 작황 악화에
수매량 감축·수입 압박 ‘삼중고’
재해인정에도 피해보상 역부족
“판로 확대 등 근본 대책 절실”
농민신문 김제·부안·정읍=윤슬기 기자 2025. 10. 30
28일 찾은 논콩 전국 최대 주산지인 전북 김제. 수확철인데도 논콩 재배지에 누런 콩잎이 심심찮게 보이고, 바짝 마른 쭉정이만 붙은 콩대도 많다. 10㏊ 규모로 논콩농사를 짓는 박창원씨(65·부량면)는 “지금쯤이면 잎이 다 떨어지고 콩꼬투리 안에 노랗고 단단한 콩이 들어 있어야 하는데 작고 마른 데다 곰팡이 핀 꼬투리가 많다”면서 “습기로 성장이 멈추고 발목 높이밖에 자라지 못한 콩대가 대다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최근 논콩의 농업재해를 인정하고 피해 조사를 시작했지만 농민들은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농약대와 대파대 등 피해 복구비를 지원한다지만 사실상 최소 경비 수준에 불과해서다.
그나마 건진 콩마저 제값에 팔 수 있을지 근심이 깊다. 논콩 작황이 부진하나 정부 정책 참여로 논콩 재배면적이 지난해 대비 46.7% 증가한 데다, 밭콩 작황이 양호해서 전체 생산량은 예년보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11월 관측에 따르면 올해 콩 생산량은 17만2000∼17만5000t으로 예년에 비해 10% 이상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의 논콩 전량 수매가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정용 김제농협 조합장은 “예상 수매량이 7000t인데 현재 배정받은 정부 수매량이 3289t에 불과하다”면서 “지난해에는 밭콩 작황이 안 좋아 정부가 몇차례 (잉여물량으로) 논콩을 추가 수매했지만 올해는 밭콩 작황이 좋아 (추가 수매) 여력이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간 수매량이 6만t을 넘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일단 배정한 대로 수매한 뒤에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수매 잔량에 기댈 것이 아니라 미리 대책을 세우고 전량 수매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15㏊ 규모로 논콩을 재배하는 이영택씨(54·교월동)는 “지난해에 전체 수매량을 사전에 확정해주지 않고 추가로 늘려가는 바람에 빚을 갚거나 후작 등을 위해 당장 자금이 필요한 농민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싼값에 (민간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면서 “올해는 작황도 부진한 데다 정부 수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상인들이 가격을 더 낮게 부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애초에 전량 수매를 확답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가들 사이에선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불안감도 팽배하다. 정부가 콩 과잉생산을 이유로 논콩 재배면적 감축을 시사한 데다 대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식용 대두 추가 수입 가능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외국산 콩을 저율관세할당(TRQ)을 통해 추가 수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를 믿고 따른 농민들은 ‘배신’당한 기분을 감추지 못한다.
10년 전부터 논콩농사를 해온 김근회씨(65·전북 부안군 행안면)는 “정부의 쌀 감축 정책을 믿고 수년간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재배기술을 익혀와 이제 벼농사를 아예 접고 12㏊ 규모로 콩을 재배한다”면서 “기존 농기계는 모두 처분하고 수억원을 들여 논콩용 농기계를 장만해놨는데 이제와 어떻게 다시 돌아가겠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뿐 아니라 배수시설 정비와 수억원에 달하는 농기계 투자 등을 해온 논콩농가들은 쉽게 벼농사로 돌아설 수도 없어 그야말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현장에선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에 참여해 논콩으로 전환한 농가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가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수종 전북 정읍 샘골농협 조합장은 “정부 시책을 잘 따랐는데 인센티브는 주지 못할망정 불이익을 당하면 앞으로 누가 정부를 믿고 따르겠냐”면서 “수익성 제고나 판로 확대 같은 근본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콩 재배면적을 급속히 늘려 문제가 발생한 만큼 감축을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하고, 지금까지 전환한 농가들의 물량만큼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