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가격도 이미지도 추락…샤인머스캣, 떨이 신세 비참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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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샤인머스캣이 한송이당 2000~4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침체냐 도약이냐, 기로에 선 포도시장] (상) 과일계 옥동자서 애물단지로

2㎏ 상품 1만원선 붕괴후 하락세

작년 10월 평균보다 25% 낮아

저품위 물량 쏟아져 신뢰 잃어

각종 할인행사에도 판매 난망



농민신문 서효상 기자 2025. 10. 30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파고 속에도 살아남은 국산 포도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올해로 국내 도입 10년을 맞은 샤인머스캣 편중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공급 과잉→가격 하락→품질 저하→소비자 외면→농가소득 악화’ 수렁에 빠졌다. 본지는 포도시장의 문제점과 원인·대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한송이에 2000원! 싸다 싸! 얼른 와요. 달다 달아!”

28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판매 열기를 끌어올리는 소리가 행인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가던 길을 멈출 정도로 ‘싸고 단 것’의 정체는 샤인머스캣. 10년 전까지만 해도 가격이 높아 선물용으로 주로 소비되던 바로 그 샤인머스캣이다.

이날 시장 내 점포마다 가장 많이 보인 품목도 샤인머스캣이다. 감귤이나 사과 옆에 잔뜩 쌓인 샤인머스캣은 ‘떨이’라는 이름표를 단 채 한송이에 2000원부터 3000원·5000원·7000원 등 다양한 가격대로 점포 입구에 나앉아 있었다.


◆ 5년째 내리막길만…지난해 1만원선도 무너져

같은 날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샤인머스캣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들이 상품 한상자당 경락값은 5956원. 전년 10월 평균(7971원)과 견줘 25.3%, 평년 10월(1만4497원)보다 58.9% 낮다. 2㎏들이 상자엔 샤인머스캣 서너송이가 담긴다. 한상자당 세송이가 들었다고 치면 한송이당 경락값은 1985원으로, 2000원도 채 되지 않는다.

사실 샤인머스캣 시세는 2020년 이후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10월 시세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20년 2만2454원이던 경락값(2㎏ 상품 기준)은 2021년 2만487원, 2022년 1만2107원, 2023년 1만896원으로 급전직하했다. 그러다 지난해 7971원으로 1만원 이하로 추락했다.

이재희 중앙청과 이사는 “농가들이 생산비라도 건지려면 2㎏ 상품 기준 최소 1만원은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그 한계선이 무너진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산지에서 샤인머스캣이 쏟아지고 있어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장 관계자 A씨는 “보통 길거리 과일트럭에서 팔기 시작하면 그 과일값은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본다”며 “샤인머스캣도 이제 트럭 장사까지 갔으니 말 다했다”고 한탄했다.


◆ ‘프리미엄 포도’ 이미지 꺾여…소비자 신뢰 뚝

가격 급락에도 샤인머스캣 수요는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맛(당도)이 예전만 못해 소비자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24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신선코너 입구부터 샤인머스캣이 잔뜩 쌓여 있어 손님들의 눈길을 끈다. 23∼29일 진행하는 샤인머스캣 할인행사 가격은 1.5㎏들이 한상자당 9990원. 매장 관계자가 매대 옆에서 “자, 샤인머스캣 시식하고 가세요”라고 소리치는데도 관심 두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샤인머스캣을 취급하는 한 대형마트 관계자 B씨는 “공급 초기인 2017년만 해도 500g당 9900원으로 소비자 가격이 형성됐는데, 지금은 1.5㎏들이 한상자당 8990원”이라며 “100g으로 환산하면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고 말했다.

B씨는 “샤인머스캣 출시 초기에는 ‘프리미엄 포도’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았다”면서 “비싸고 구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인기에 한몫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희소성이 떨어져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덧붙였다.

품질 저하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재구매에 소극적인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심규천 농협경제지주 농산물도매부 상품기획자(MD)는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당도가 낮은 저품위 물량도 시장으로 쏟아져나왔다”며 “16브릭스(Brix) 이상 등 자체 취급 기준을 따로 정하지 않고 판매하는 곳들이 생겨나면서 저당도 샤인머스캣을 맛본 소비자 중심으로 긍정적 이미지가 퇴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