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 이유 증량 거듭 요구
경제지까지 가세 정부 압박
‘국산 소비 확대 남 얘긴가’ 빈축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5. 11. 4
“국산 콩 소비 확대는 남의 나라 얘긴가요? 농민들이 죽든 말든 자기들만 살겠다는 심산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수입 콩 가공업체들의 수입 증량 요청에, 정부는 10월 27일 저율관세할당(TRQ) 1만톤 추가 증량 공고를 냈다. “수입콩 TRQ 기본 물량인 25만톤 외에 추가 증량(수입)은 없다”며 국산 콩 소비 확대에 동참 협조를 구했던 정부의 입장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이를 두고 생산 현장에선 콩 자급률 제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화살은 수입 콩 가공업계를 향하고 있다. 특히 수입 콩 가공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추석을 앞둔 9월 이미 2만7000톤의 추가 증량이 이뤄졌음에도, 또다시 공급 부족을 이유로 재차 증량을 요구한 것에 대해 싸늘한 반응이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는 9월 말 두부·두유 등 수입 콩 원료 부족에 대한 비판 보도가 앞다퉈 이어지자, 설명자료를 내고 “국산콩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기예정된 증량분 3만톤을 운영하지 않기로 5월 발표했으나 업계의 준비 부족 등을 고려해 업계 수요조사를 통해 나온 요청량인 2만7000톤을 정부 재고 및 TRQ 증량을 통해 즉각 공급했다”고 밝혔다. 즉, 기존 계획(3만톤) 범위 안에서 증량 공급을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수입 콩 가공업체들은 추가 증량을 요구했고, 일부 경제지까지 “국산 콩 장려 정책으로 영세 업체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쏟아내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런 움직임이 결국 1만톤 추가 증량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일부 가공업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도 드러났다.
10월 20일 농식품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TRQ 수입권 공매 과정에서 낙찰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응찰가를 제시해 물량 확보에 실패하고도 이를 정부 책임으로 돌리거나 △전년 대비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고도 판매 증가를 이유로 추가 공급을 요구한 곳도 있었으며, △추가 공급 관련 수요조사 시 제출했던 수요를 번복하고 더 많은 물량을 요청한 업체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산 콩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정부 지원 없이도 수년 전부터 국산 콩 생산 확대에 힘써 온 농가들은 황당할 노릇이다. 생산이 늘고 있지만 판로 불확실성 때문에 영농 지속 여부 자체가 불안하다. 이런 상황을 악용해 자기 잇속만 챙기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어 “추가 증량 요구에 경제지에 이어 지역구 의원들까지 가세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국산 콩이 비싸니 미국산 대두를 더 들여와야 한다고 여론을 호도하는 일부 경제지 보도를 보면 이들이 과연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들녘경영체 농가는 “수입 콩 가공업계도 국산 콩 살리기에 동참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으면 생산 기반을 잃게 돼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국산 콩 가격 인하 방안을 제시했는데도, 여전히 수입 콩만 고집하는 태도는 아쉽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 확대에 따라 올해 콩 생산량 증가가 예측되면서 농가와 상생 차원으로 국산 비축콩 할인 판매 등 유인책을 제시했으나, 수입 콩 가공업체들은 가격 문제를 이유로 저가 수입 콩 확대만을 끈질지게 고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입 콩(직접배분)은 kg당 1400원선으로, 5000원대인 국산 콩 가격에 비해 3~4배 저렴하다.
김수연 농식품부 전략작물육성팀 사무관은 “국산 비축 콩을 최대한 할인된 가격인 2900원대까지 낮춰 제안했지만, 수입콩 가공업체들은 가격이 비싸다며 다수가 구매를 꺼렸다. 수입에서 국산으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산 콩 사용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 방안 등을 마련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이어 “올해는 증량 계획이 없다는 방침을 발표한 시점이 5월이라는 점에서 업계 준비 상황을 감안해 계획대로 증량을 진행했지만, 내년에는 TRQ 기본물량 외에 추가 증량이 없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며, 이 부분을 생산자들에게도 분명히 전달하며 이번 조치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면서 “내년 TRQ 운영계획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입 콩 가공업계에 해당 내용을 명확히 알리고, 대응 방안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입 콩 가공업체들이 국산 콩 장려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저렴한 수입 콩 사용으로 상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5% 저율관세를 적용받는 수입 콩 TRQ 직접배분 가격은 수년째 고정된 kg당 1400원으로, 콩 생산 업계가 추정하는 수입단가 1700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고 있다. 차액(300원)은 국민 세금으로 지원받고 있는 셈으로, TRQ 대두 의무수입 물량 약 18만5000톤에 적용하면 금액은 555억원에 달한다. <본보 8월 15일자 1면 참조> 매년 3만~4만톤의 증량분까지 포함하면 저가 수입 콩을 들여오는 데 매년 600억원 이상의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