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댐 개발 기본조사 16억 원조차 미반영
선제 대응 없이는 ‘제2 강릉 사태’ 악순환 우려
농업용수 수요 폭증 시기 가뭄 겹치면 식량안보 위협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강혜란 기자 2025. 9. 22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적 가뭄으로 강릉 물부족 대란이 현실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소할 대안으로 주목받아 온 지하수댐 개발 예산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물 부족 지역 용수 확보 대책으로 제안된 ‘지하수댐 개발 기본조사(지하수원개발사업)’ 예산은 기획재정부 심사 과정에서 전액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착수를 목표로 8개 지구, 총 16억 원 규모의 기본조사비가 신규 사업으로 건의됐으나, 조정 과정에서 제외된 것이다.
강릉의 물 부족 사태는 지하수댐의 필요성을 전국적으로 각인시켰다. 지하수댐은 하상 아래 보를 설치해 대수층에 머무는 물을 저장·관리하는 방식으로, 증발 손실과 수몰 갈등이 적고 염수 침투 차단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꼽힌다. 속초시가 이미 지하수댐과 심부 관정을 결합해 물 자립 기반을 마련한 사례도 있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번에 반려된 예산조차 기본조사 단계에 불과하다”며 “기본조사→세부설계→착공·준공까지 최소 4년이 걸려, 지금 시작해도 늦은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강릉 가뭄 사태는 생활용수 부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실제로 더 심각한 문제는 농업용수다. 특히 수도작과 엽채류 재배가 시작되는 3~4월은 농업용수 수요가 폭발하는 시기다.
강릉을 비롯한 강원도 농민들은 “내년도 농사를 지을 물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일부 밭작물 농가에서는 가뭄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농업계는 이번 여름의 물 부족이 단순한 지역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 식량안보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 관리 일원화 이후 생활·공업용수에 비해 농업용수 정책이 뒷전으로 밀려난 데다, 예산 삭감까지 겹치면서 선제적·중장기적 대비가 사실상 되지 않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론 가뭄 대책비를 활용한 긴급 관정 개발·양수기 지원 등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하수댐과 같은 대용량 분산형 수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농업용수는 먹는 물 다음 순위가 아니라 별도의 카테고리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이번 사태가 농업용수의 폭발적인 수요 기간에 발생했다면 대재앙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