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업인신문] “농업예산이 수입·유통업자 호주머니로”…할인행사 전 가격인상 ‘꼼수’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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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예산이 수입·유통업자 호주머니로”…할인행사 전 가격인상 ‘꼼수’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5. 9. 26



물가안정을 목적으로 농축산물 수급조절에 쓰이는 농업예산이 사실상 효율성이 떨어지고, 일부는 농업부문과 거리감 있는 2차 산업분야 유통업체들의 이득을 지원하는 곳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의 혜택이 소비자가 아닌 유통업체로 귀속되고 있다는 감사결과를 내놨다. 농식품부가 대형유통업체들이 가격을 우선 올린 뒤 할인행사를 진행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내버려 뒀고, 거기다 할인지원 품목 또한 소비자 물가부담을 고려치 않은 유통업체가 원하는 품목을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과 올 초 25일간 농식품부를 대상으로 2020년 7월~2024년 10월까지의 기간에 대해 정기감사를 실시, 이같은 결과를 최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2022년부터 소비자 물가부담 완화 목적으로‘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6개 대형유통업체가 원한다는 이유로 소비자 물가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품목을 할인지원품목으로 지정하는가 하면, 합리적인 사유없이 중소유통업체를 배제한 채 6개 대형유통업체만 할인지원사업 업체로 선정했다.

뿐만 아니라 대형유통업체가 할인지원품목의 가격을 먼저 인상한 뒤 할인행사를 진행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내버려 뒀다. 할인지원 혜택 즉, 여기에 쓰이는 농업예산이 소비자가 아닌 유통업체에 귀속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진단했다.

가령 대형유통업체들은 할인행사가 시작되는 2023년 12월 7일에 시금치 판매가격을 직전 주 가격 589원(100g 기준)보다 33.8% 높여 788원으로 책정한 뒤 , 이를 기준으로 2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물가부담을 덜어준다면서 상대적으로 소비자 지출 비중이 낮은 것을 할인지원품목으로 지정한 사례가 많은 것도 발각됐다. 소비패턴은 고려치 않고 농산물 가격 상승률만 따져, 소비자가 찾지 않는 품목이라도 할인 대상으로 지정해 가격을 낮추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할인매장의 요구를 반영해 할인 품목을 지정하는 사례도 조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할인지원사업비가 모두 농업예산이란 점이다.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은 2020년 410억원, 2021년 1천540억원, 2022년 1천80억원, 2023년 1천305억원, 2024년 1천667억원 등 최근 5년간 6천2억원에 달한다는 것.

농식품부의 물가안정 관련 농축산물 수급조절사업에 투입된 예산의 낭비는 수입농산물 할당관세 지원사업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온‘TRQ 할당관세 수입업체별 배정현황’자료를 보면, 감사원 감사와 비슷한 시기인 2020년~ 2024년 8월까지 주요 수입·유통업체에 대한 수입소고기 할당관세 지원 금액(원화 환산)은, 동원홈푸드 75억7천700만원, 신세계푸드 37억8천300만원, 대상 혜성프로비전 48억1천400만원, 롯데상사 16억300만원, 이마트 8억7천400만원, 대상 네트웍스 2억7천만원, CJ 프레시웨이 1억5천900만원 등 총 189억2천100만원 규모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할당관세 지원 실적에도 불구,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때 내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할당관세를 늘려 쇠고기 수입가격을 1% 하락시키는 경우, 소비자가격 반응은 약 1년에 걸쳐 최대 0.12% 낮아진 것으로 나왔다. 정부가 수입업체에 쏟아부은 예산액의 12%만 소비자가격에 반영됐다는 뜻이다. 나머지 88%는 수입·유통업자가 챙긴게 된다.

농업예산이 투입된 금액에 비해 효율성이 저조한 것은 차치하고, 2차산업분야 유통업체 이득을 지원하는 곳에 쓰였다는 결과에 이른 것이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물가안정·수급조절이란 명목으로 농업 기반 자체를 낭떠러지에 내몰더니, 효과도 없이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면서 “농업에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생산기반을 안정시키는게 우선인데, 수입유통업체의 배만 불리고 물가불안은 여전히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협하고 있다” 고 정책 실패를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