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업인신문]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태, 양구군 농업인의 한숨
2025.09.26
운영자
조회수 : 1,595
* 강원도 양구에서 사과를 수확 중인 김충근 농업인. 그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브로커 사태 여파로 내년 인력 배정이 축소될까 우려가 앞선다고 말했다




브로커 파문에 필리핀 근로자 송출 차질

캄보디아·필리핀 타지역서 일손 겨우 메워

내년 배정 인원 줄까…양구 농업인들 불안



농업인신문 박정완 기자 2025. 9. 26



추석을 앞둔 강원도 양구의 들녘은 사과 수확으로 분주하다. 6천평 규모의 사과밭과 2천평의 수박밭, 3천평에 달하는 배추·양배추밭을 가꾸는 김충근 농업인(한국농촌지도자양구군연합회 부회장)은 이날도 사과나무 사이를 오가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엔 수확의 기쁨보다 내년 농사에 대한 불안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그는“올해는 가까스로 사람을 구해 농사를 지었지만 내년에는 장담할 수가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걱정은 올봄 발생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태와 맞닿아 있다. 양구군은 지난 수년간 필리핀 팡일·파에테 지역과 협약을 맺어 해마다 500여 명의 계절근로자를 들여왔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이들은 없어서는 안 될 인력이다. 그러나 올해 3월, 필리핀 정부가 갑작스럽게 송출을 중단하면서 농사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그 이유는 양구에서 일하던 필리핀 근로자 210명이 군청과 군의회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밝혀졌다.

중개업체가 불법으로 개입해 고액의 수수료를 챙기고 임금 일부가 체불됐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브로커가 노동자 1인당 144만 원의 중개수수료와 56만 원의 체류연장비를 받아 챙긴 정황이 확인됐다. 2년간 규모로는 20억 원에 달하는 돈이 중간에서 사라진 셈이다.

사건이 불거지자 강원경찰청과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이 합동 전담반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브로커 3명과 군청 공무원 2명이 입건됐고, 압수수색을 통해 자금 흐름과 거래 내역이 드러났다.

경찰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노동자 90명의 임금 중 약 15억 원이 수수료 명목으로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사가 본격화되는 사이 농업인들의 피해는 현실로 나타났다. 계절근로자가 제때 들어오지 못해 농사 시기를 놓쳤고,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은 임금 체불을 이유로 한국 농업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피해의 책임이 농민에게까지 전가되는 상황에 현장에선 허탈감이 감돈다.



올해는 다행히 캄보디아와 필리핀의 다른 지역에서 일부 인력이 추가로 들어오면서 농촌의 일손 공백을 가까스로 메울 수 있었다. 그러나 시기를 놓친 농가들은 이미 피해를 입은 뒤였고, 인력 확보가 늦어져 농사 일정에 차질이 생긴 곳도 있다.

일부 농업인들은 “사람이 오기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는데, 제때 오지 못하니 농사 전체가 흔들렸다” 고 토로했다.

농업인들은 안도와 불안을 동시에 드러낸다. 김충근 농업인은 “올해는 가까스로 버텼지만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법무부 배정 인원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농사를 접어야 할 상황”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간 직접 계약으로 브로커 개입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전문 기관을 세워 외국인 근로자의 생활과 언어 교육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며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부족하면, 국내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지만,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오른다” 고 토로했다.

양구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농촌이 맞닥뜨린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다. 불법 브로커의 난립은 외국인 노동자뿐 아니라 일손이 절실한 농민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사과밭에서 땀을 훔치던 김충근 농업인은“내년 농사에 차질이 없도록 나라에서 이 문제를 잘 살펴주고,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