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전체 정책효과 적용되도록 관리
단순 ‘현금성 지원 아님’ 명확히 하고
지속가능성 위한 재정동원 수단 갖춰야
황영모 /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5. 10. 21
2021년 5월, 활동가·전문가 50여명이 경북 안동에 모였다. 기본소득 운동을 농어촌에서 현실화하기 위해 ‘기본소득국민운동 농어촌본부’를 결성하였다. 농어촌기본소득을 사회운동으로 본격화한 것이다. 당시 내건 슬로건은 ‘농어촌의 희망은 기본소득입니다’였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26년, 우리 사회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 2년간의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을 공모 결정하였다.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중 7개 군(연천·정선·청양·순창·신안·영양·남해)이다. ‘인구감소 소멸 위기 농어촌의 활력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사람이 줄어 쇠퇴를 거듭해온 농어촌의 ‘문제해결 방식 전환’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농어촌 정주여건을 위한 많은 물리적 인프라 지원은 현실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인구감소는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졌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게·점포는 문을 닫았다. 생활하는데 필요한 상품·서비스를 구매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일자리는 줄었고 나이든 사람만 지역을 지키고 있다. 이 상황이 악순환 된다. ‘지금은 문제 원인과 결과를 경로에 따라 풀어갈 상황이 아니다’라는 것이 농어촌 주민과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리사회가 경로 의존적 방식으로 관성화된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찾는 굴레에 갇힌 것은 아닌지 반문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위치한다. 사회적 배제가 일상화된 농어촌지역이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을 위해 주민 모두에게 일정액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개개인의 생활에 관련한 지출을 늘려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다. 수지가 맞지 않아 힘들어하던 상점이 유지되고 또 다른 가게가 문을 열 것이다. 불편함을 감수했던 생활돌봄 영역에서는 서비스 구매력이 생겨 제공 주체가 만들어져 사업·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이 모두가 기본소득을 마중물로 하는 지역순환경제 방식이다. 더 나아가 사회적 ‘관계맺기’도 늘어 생활에 활력이 높아질 것이다. 가족과 이웃 간 만남과 모임으로 사람마다의 자존·신뢰를 높일 것이다. 다양한 활동이 생겨 지역사회 수준에서 당분간 ‘북적거림’은 그 현상을 대표할 것이다. 공동체 활력의 동력이다. 그 과정에서 사업을 담당하고 활동을 지원하는 주체도 지역으로 유입될 것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연천군 청산면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시행 3년간의 과정에서 확인되고 실증된 내용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면’ 단위를 넘어 ‘군’ 수준에서 농어촌기본소득 정책사업의 효과를 실증하는 단계로 접어 들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잘 살펴, 2년 후 본 사업으로 전면화해 나가야 한다.
첫째, 시범사업의 성격을 감안하여 ‘정책효과’가 지역사회 전체로 적용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내용은 면단위에서 확인된 기대 효과이다. 군단위로 확장하였을 때도 지역경제 순환과 지역사회 활력이 지역사회 전반으로 실제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소지역으로 범위를 좁히면 읍과 면에서 결과의 수준은 분명 다를 것이다. 지역 내 쏠림이 불가피하겠지만, 면단위 생활권을 중심으로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지역화폐 사용처 확대가 강조되는 이유이다. 특히 농촌경제사회서비스 제공 주체를 협동조직 방식으로 조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대상지역 군에서는 정책 시행과 추진체계를 잘 갖춰야 한다. 사업계획서에 담고 있는 주민참여·주민주도 시행체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 읍면과 행정리 수준에서 주민조직(위원회)을 구성해 모두의 이해와 공감대를 끌어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대상자 확정, 지역화폐 지급과 사용 등에서 쟁점을 줄일 수 있다. 단순한 현금성 지원이 아님을 사회규범 수준으로 정하고 공동의 실천과제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개인·가계 수준의 사용계획이 지역사회 필요로 모아지는 활동 프로그램을 결합시켜 운영하는 것이 그 방안일 수 있다.
셋째, 농어촌기본소득 재원의 현실적 마련이 지자체 재정구조에서 가능한지 답을 찾아야 한다. 시범사업의 재정 분담률과 대상지역의 재정자립도는 정해진 조건이다. 이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결정지을 핵심은 지자체 ‘재정지출 구조’를 조정하고 ‘재원동원 수단’을 갖추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지자체가 재원 마련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여러 층위에서 개선해야 한다. 시범사업 기간, 재정지원 방식 전환(기금지원 등)과 재원마련 조건 개선(공유이익 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농어촌기본소득이 담고 있는 ‘사회혁신·문제해결·정책전환’이라는 가치와 수단이 국가적으로 지지되어야 한다. ‘왜 농어촌 지역인가’에서부터, 농어촌주민이 지역 지킴이로 ‘얼마나 중요한 주체인지’가 핵심이다. 그래야 국가와 지자체 수준에서 재원을 마련하고 지원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시범사업 지역에서 경제적·사회적 효과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것과 연계된다.
이제 시범사업 공모 과정에서 확인한 ‘많은 기대’와 제기된 ‘여러 우려’를 차곡차곡 정리해 나갈 시점이다. 그리고 아주 구체적이면서 실효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마련해 나가야 한다. 우리 앞에는 논의의 틀은 넓히고 방안의 수준은 고도화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훈수’는 쉽지만 ‘실전’은 어렵다. 2년 후 본 사업으로 이행할 수 있는 조건을 꼭 만들어 나가자. 국가의 역할, 지자체 책임, 지역사회 노력이 그것이다. 이미 국회에는 농어촌기본소득 제도화를 위한 여러 법률안이 제출되어 있다. 분명한 것은 농어촌지역에서 기본사회를 향한 대한민국의 담대한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