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유통·판매 부실 국감서 뭇매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10. 24
국정감사에서 쌀 유통·판매 전반의 문제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산지-소비지가격 격차가 해마다 커지며 농가는 저가에 팔고 소비자는 고가에 사는 ‘가격 이중고’가 심화되고 있다. 판매채널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고, 정부의 유통비용 실태 조사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수입산 쌀의 부정 유통까지 기승을 부리며 쌀 유통·판매 전반에 대한 실질 점검과 대책 마련 요구가 커지고 있다.
# 갈수록 확대되는 산지와 소비자가격 격차
우선 농민이 받는 산지쌀값과 소비자가 지불하는 소비자쌀값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농민은 쌀을 저가에 팔고 소비자는 고가에 사는 쌀 가격 이중고가 심화되는 동시에 유통마진만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전북 정읍·고창)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로 연도별 산지쌀값·중도매인 판매가격·소비자쌀값을 분석한 결과, 산지 대비 소비자가격 격차가 매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쌀 80kg 기준 격차는 △2021년 1만6736원 △2022년 1만8968원 △2023년 2만4456원 △2024년 2만7448원으로 벌어졌다. 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마진·비용 통제가 미흡해 농민과 소비자 모두 부담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윤 의원은 “농민은 저가 판매, 소비자는 고가 매입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중간유통 마진만 늘었다”며 “유통단계 축소, 물류비 절감, 농협 등 공적 유통 주체 강화로 비대해진 마진을 줄여 실질적인 쌀값 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판매처별 쌀값 천차만별
판매처마다 쌀값도 천차만별인 것으로 파악됐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경기 화성갑) 의원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쌀 소매유통채널 판매(PO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올해 8월 쌀 1kg 기준 오프라인 평균 소매가격은 3392원이었으나 채널별 격차가 컸다. 편의점 6359원, 대형마트 3576원, 개인슈퍼 3571원인 반면, 체인슈퍼 3354원, 농협 하나로마트 3161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평균 상승률(13.4%)을 크게 웃도는 채널도 적지 않았다. 편의점 36.4%, 대형마트 20,7%로 상승률을 주도 했고, 이어 체인슈퍼 15.0%, 농협 하나로마트 10.2%, 개인슈퍼 5.7%로 나타났다.
유통비용 구조도 소매 단계 비중이 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분석을 5년 단위(2014~2018년, 2019~2023년)로 비교하면 출하단계 유통비용률은 12.6%에서 11.4%, 도매단계는 4.7%에서 4.2%로 낮아진 반면, 소매단계는 8.3%에서 10.8%로 상승했다. 이 여파로 산지 쌀 시장의 65%를 점유하는 지역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 적자는 2014~2018년 384억원에서 2019~2023년 1254억원으로 불어났다.
송 의원은 “국민 주식인 쌀값 안정을 위해 농협이 생산부터 소비까지 기여하고 있다”며 “공공성이 강한 유통망을 확충하고, 신선 농식품 소비시장 관리에도 정책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부정확한 유통실태조사
쌀 유통비용이 급등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실태조사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전북 군산·김제·부안) 의원이 전국 123개 농협 RPC의 수매금액·매출액·영업손익을 분석한 결과, 2022년 이후 최근 3년 평균 유통비용률은 23.8%로 집계됐다. 특히 2023년에는 32.4%로 급등했는데, 이는 정부 공식통계(aT 유통실태조사)상 유통비용률 19.8%보다 12%p 이상 높다.
현행 aT 조사는 표본이 10곳 미만, 조사기간도 12월 한 달에 그쳐 RPC의 연중 출하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여기에 2023년 기준 RPC 간 판매수익률 편차도 컸다. 수익률 0% 이하가 38.5%, 30% 이상이 40%를 넘는 등 유통 효율 격차가 뚜렷했고, 판매수익률이 높아도 영업적자를 보는 곳이 다수였다. 이는 비효율적 경영체계와 과도한 고정비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이 의원은 “제한적 표본·단기 조사로는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전수조사와 주기적 출하가격 조사 등 기초 데이터 정비가 시급하다. 생산·수매·가공·유통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구조개선과 함께 RPC 운영의 투명성·효율성 강화, 농가와의 이익공유 제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입쌀 부정 유통 기승
국내산 쌀 유통·판매 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수입쌀의 원산지 둔갑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윤준병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117.2톤(374건)의 수입쌀이 원산지를 속여 시중에 부정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20년 대비 2024년 위반 물량은 600% 급증했다. 이러한 부정 유통으로 인한 피해액만 30억5056만원에 달해 국산 쌀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쌀값 하락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윤 의원은 “쌀 시장 가격 변동성이 큰 시기를 틈타 저가 수입쌀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부당 이득을 취하는 행위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밥쌀용을 비롯한 수입쌀 유통 관리 강화와 상습적 부정 유통업체에 대한 강력한 행정·사법 조치로 쌀 산업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