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탄산음료를 구매하고 있다.
비만 등 국가차원 대응책 대두
10명중 6명 “기업에 부과 필요”
과일주스·가공유 등 포함 땐
농식품업계 파장 불가피 전망
농민신문 정진수 기자 2025. 10. 14
이른바 ‘설탕과다사용세(설탕세)’ 도입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자칫 100% 천연 과일주스, 가공유, 두유 등이 대상 품목에 포함된다면 농업계도 파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 국민 건강 증진? vs 세수 확보?
설탕세는 당류가 일정 수준 들어간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에 물리는 세금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도입을 권고한 뒤 영국·프랑스 등 세계 120여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2021년 설탕세 도입 논의가 불붙은 바 있다. 당류가 들어 있는 음료를 제조·가공·수입할 때 해당 음료에 가당음료부담금을 부과하고 당 함량에 따라 차등적으로 과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제21대 국회에 발의됐지만 식품업계와 일부 소비자 반발에 부딪히며 처리되지 못했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보건복지부도 국민 수용성 등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물가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저당’ ‘제로(0)’ 열풍이 일면서 설탕세 도입이 재소환되는 모양새다.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이 한국리서치를 통해 3월7∼12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9%(찬성 46.9%, 매우 찬성 12.0%)는 당류가 들어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설탕세를 부과하는 것에 찬성했다.
9월24일엔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설탕과다사용세 국회토론회’를 개최한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관악을)은 “국내에서 비만·당뇨·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이 늘고 있고, 국민 5명 중 1명, 청소년 3명 중 1명이 WHO 권고치를 초과해 당류를 섭취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 의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라는 점에서 정부가 세수 부족을 설탕세로 메꾸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 과일주스 등 포함 땐 농식품업계도 파장 불가피
설탕세 도입이 국민 건강을 개선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가 2024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5조6382억원으로 흡연(11조4206억원)·음주(14조6274억원)를 넘었다.
윤영호 서울대학교 의학과 교수(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는 앞선 국회 토론회 발제문에서 “영국은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후 첨가당 음료의 매출과 당 함유량이 감소하면서 당류와 연관된 각종 대사장애·만성질환·암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설탕세는 기업의 설탕 사용을 억제해 비만 등 만성질환을 예방하고자 하는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국민들의 식습관이 변화했고, 건강에 관한 관심도 증가했다”며 “이전 법안 발의 때보다 설탕세 도입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식품업계와 법률계에선 난색을 표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설탕세가 도입되면 식품기업에 추가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지아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설탕세 도입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는 제도 설계 과정에서 면밀하게 고려돼야 한다”며 “특히 설탕세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므로, 소득 대비 조세부담률이 저소득층에서 높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계도 자유로울 수 없다. 자칫 100% 천연 과일주스나 두유, 가공유, 영유아용 분유 등이 설탕세 도입 대상이 된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수 있어서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떤 형태로든 설탕세가 도입된다면 농식품업계에선 제품 내 당 함량을 줄이기 위해 생산라인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