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가평 잣 사라질 위기”…7년만에 생산량 급감
202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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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가평군 상면지역의 잣나무 숲이 소나무재선충으로 인해 나뭇잎이 불그스름하게 변하면서 말라 죽어가고 있다.




2016년 3865t → 2023년 24t

고온·장마 등 이상기후 영향에

소나무허리노린재 등 해충 확산

환경단체·양봉농가 반대 심해

항공방제도 못해 ‘설상가상’

“정부·지자체 근본대책 마련을”



농민신문 가평=오현식 기자 2025. 11. 1



“겉은 멀쩡해도 까보면 알이 썩었거나 쭉정이여서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경기 가평지역의 잣 생산농가들이 이상기후로 인한 고온과 가을장마, 열매와 나무에 치명적인 소나무허리노린재·소나무재선충 확산으로 최대 흉작을 겪으며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15㏊ 규모에서 5대째 잣을 생산하는 이수근씨(64·상면)는 “지난해에는 피잣 50t을 수확했지만 올해는 30t도 어려울 것 같다”면서 “게다가 대부분 쭉정이라 선별하는 데 일손이 많이 들어 속이 타들어간다”고 토로했다.

잣농가를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이다. 잣나무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고온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고온이 지속되면 잣송이와 알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수확량은 물론 상품성이 떨어진다”면서 “올해 같은 기후가 반복되면 잣농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수확기인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한달 가까이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제때 수확을 못해 잣이 썩는 바람에 피해가 더욱 커졌다.

최근 외래 해충 확산도 잣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북미 원산인 소나무허리노린재가 확산해 잣나무 수액을 빨아 먹어 잣알과 송이의 생육을 저해하고 있다.

임야 30㏊ 규모로 잣을 생산하는 정상국씨(72·북면)는 “소나무허리노린재는 결실기부터 수확기까지 잣 열매와 송이에 피해를 줘 쭉정이 발생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전국으로 확산하며 잣나무를 몰살시키는 소나무재선충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가평지역에는 잣나무의 나뭇잎이 불그스름하게 말라 죽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소나무재선충 확산·감염 속도가 해마다 빨라지며 피해가 늘고 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농가들이 속만 끓이고 있다.

정씨는 “방제 효율을 높이려면 항공방제가 절실하지만 환경단체와 양봉농가들이 극구 반대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해발 600m 이하의 낮은 곳일수록 피해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가평지역 백잣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경기도와 가평군에 따르면 가평의 잣 생산량은 2016년 3865t으로 전국 생산량(9682t)의 40%를 차지했지만 2018년 183t(15%), 2021년 82t, 2023년 24t으로 계속 줄어 주산지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잣 생산량이 줄어 시세가 올랐지만 정작 내다팔 게 없는 농가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량도 눈에 띄게 줄고 있어 농가들은 판로마저 막히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농가도 급격히 줄고 있다. 가평에서 최대 주산지로 꼽히는 상면 행현리는 한때 50여농가에 달했지만 현재 서너농가에 불과하다.

가평지역 농민들은 “지역특산물 ‘가평 잣’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