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감사에서 농업인 사업자 등록제 도입 필요성을 제안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의원실에서 제도 제안 배경과 보완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고성진 기자
임미애 의원이 ‘농업인 사업자등록제’ 제안에 나선 이유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11. 4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부터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낸 대표적 정책 제안이 바로 ‘농업인 사업자등록제’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10월 28일 열린 농식품부 종합국감에서,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진행된 ‘친환경 임차농 보호대책 마련 및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의 목소리를 전하며 농업인 사업자등록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이후 10월 31일 임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인용해 정부가 농업인 사업자등록제 도입을 공식 검토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해당 제안은 국회를 넘어 본격적인 정책 논의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국회에서 임미애 의원을 만나, 농업인 사업자등록제 제안의 배경과 기존 농업경영체 등록제의 한계, 그리고 제도 도입을 둘러싼 현장의 우려와 보완 방안을 들어봤다.
“자두 주산지인 의성에 올해 서리 피해로 자두가 없었어요. 이웃 농가에 보험이 나왔냐고 물으니 땅주인이 보험금을 받았다는 겁니다. 요즘은 서리나 냉해 같은 자연재해가 잦고 자부담이 낮다 보니 땅주인이 보험에 가입했다는 거예요. 정작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은 자두가 없어 소득도 올리지 못하고, 보험금도 못 받는 데다 도지까지 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겁니다. 양곡관리법과 수입안정보험, 재해보험, 직불금까지 정부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제라도 농사를 짓는 ‘진짜 농민’이 이런 혜택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북 의성 농가 출신인 임미애 의원은 제도 개선 논의 때마다 늘 현장의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는 의성 자두 농가의 사례를 들며 “농업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실경작자 중심의 ‘농업인 사업자등록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농업경영체 등록제, 농업인 식별 한계···국세청 인프라 활용 ‘효율성·공신력’ 확보
임 의원에 따르면 현행 농업인 확인 제도인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정책 대상자를 명확히 식별하는 데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연간 판매액 120만원 또는 1000㎡ 이상 농지 경작 등 현재의 농업인 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실제 영농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받는 사례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또한 농산물 판매액이나 농업 종사 일수를 객관적으로 증빙할 인프라가 부족해, 실제 경작 여부와 무관하게 농지 소유자가 농업인으로 인정받기 쉬운 구조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임 의원은 “현재 농업인 지원정책의 근간이 되는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농가가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임의 등록제로, 등록하지 않아도 제재가 없고 허위나 중복 등록이 적발돼도 별도의 처벌조항이 없다”며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본래 정부 지원사업의 수혜 자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기에, 농업인을 식별하는 기능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민이 농사를 짓기 위해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고, 이 비용을 들여 생산한 농산물이 경매장이나 공판장에서 얼마에 팔렸는지를 알아야 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며 “이 작업을 해야 하고, 이 작업이 바로 농업인 사업자등록제 도입”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등록제 인프라와 관련해선 임 의원은 “사업자등록은 이미 구축된 국세청의 세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행정 효율성과 공신력 확보에 유리하다”며 “사업자 등록이 도입되면 세무신고와 연계돼 등록정보의 사실성을 확보할 수 있고, 농사를 짓는 진짜 농민이 직불금 등 각종 혜택을 받는 구조로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영세율 확대로 조세 저항 해소···‘보조 대상’ 인식 벗고 당당한 직업군 진입 원동력
다만 조세 저항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임 의원은 영세율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영세율 구간을 넓히면 된다. 고령농이나 영세농의 경우 사회복지와 연계해 영세율을 적용하면 되고, 고소득 농가는 세금을 내야 한다”며 “지금도 규모가 큰 농가, 특히 축산농가의 경우 일정액 이상을 넘기면 세무서에 신고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과일 농사를 지어 일반 직장인보다 몇 배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세금을 내는 게 맞다고 본다. 계속해서 농업이 보조만 받는 대상으로 정부나 국민 인식에 자리 잡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청년들에게 당당한 직업군으로서 농업에 진입할 수 있는 원동력도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의원은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며 “사업자 등록제는 이미 현장에서 이야기가 줄곧 돼 왔다. 다만 정치권에서 이제 꺼내진 것”이라며 “어제 OECD 국가 중 55세 이상 농가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보도를 봤는데, 지금 구조를 바꾸는 시작을 하지 않으면 이런 구도는 깨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임미애 의원이 국감 직후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사업자등록제도 도입을 공식 검토하고 있다. 해당 농식품부 보고서는 현행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본질적으로 정책 수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행정수단이기 때문에 농업인 식별 기능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고 봤다. 이에 보고서에서는 농업경영체 등록의 목적을 ‘정책 수혜 지원자격 판단’으로 한정하고, 농업인 식별은 사업자등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국회 농해수위 종합국정감사에서 임 의원이 “농업인 사업자등록제를 시행하기 위한 조속한 과제 착수”를 요구하자, 송미령 장관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