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자물가지수 낮은데도
물가 불안 조장 기사 쏟아져
‘쌀값은 무조건 낮아야 한다’
잘못된 인식 심어줄 수 있어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5. 9. 9
최근 쌀 소비자가격의 상승폭이 커지면서 물가 불안을 조장하는 보도들이 쏟아져 농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생산자들은 산지 쌀값이 5년 전 수준으로 회복한 상황일 뿐이라며 밥 한공기당 쌀값 300원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지 쌀값은 8월5일 80㎏들이 한가마당 평균 21만1600원을 기록하며 22개월 만에 21만원대를 회복한 뒤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소비자가격도 올라 이달 들어서는 20㎏들이 상품 한포대당 평균 6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격이 6만원을 넘어서자 물가 불안을 우려하는 보도가 쏟아진다는 점이다. 다수 매체는 쌀 소비자가격 6만원이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라며 쌀값 상승세가 물가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관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표현이 명확한 근거 없이 사용돼 오히려 소비자들의 편견을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올해 8월 쌀의 CPI는 109.69로 나타났다.
이는 기준연도인 2020년(=100)의 쌀 CPI보다 9.69% 올랐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전체 458개 품목의 총지수 상승률이 16.45%라는 점을 고려하면 쌀값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전기·가스·수도(133.47), 가공식품(124.82), 석유류(124.63), 섬유제품(116.44) 등 주요 생활필수품목과 비교해도 쌀 CPI는 현저히 낮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쌀값에 대한 근거 없는 보도들이 양산되면 소비자에게 쌀값은 무조건 낮아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이는 생산자들의 생산·투자 의욕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도 “2020∼2021년에도 약 9개월간 쌀 소비자가격이 6만원을 넘었지만 ‘심리적 저항선’ 등의 표현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53g 수준으로, 20㎏ 한포대면 4인 가족이 한달 넘게 먹을 수 있는 양”이라며 “쌀값이 이제서야 5년 전 수준으로 회복된 상황에서 과도한 억측 보도는 자제돼야 한다”고 했다.
최근의 상승세는 지난 몇년간 쌀값이 지나치게 낮았던 상황에서 기저효과가 두드러지게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쌀 소비자가격은 20㎏들이 한포대당 평균 5만1186원으로, 2023년 9월(5만5117원)보다 7.1%, 평년 9월(5만3152원)보다 3.7% 낮았다.
박한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은 “지난해 쌀 소비자가격이 전년과 평년보다도 낮게 형성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지난해 대비 10% 이상의 높은 상승폭은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자들은 누적된 생산비 상승으로 지난해 농가 수익성이 심각하게 악화한 상황이기 때문에 밥 한공기(쌀 100g)당 최소 300원은 보장돼야 영농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이 3월 발표한 ‘2024년산 논벼(쌀) 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10a당 논벼 생산비는 2020년 77만3658원에서 2024년에 88만2310원으로 14.0%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순수익은 44만2591원에서 27만584원으로 38.9% 하락해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모든 제반비용이 오른 상태에서 한공기 300원 수준의 쌀값마저 보장되지 않으면 영농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