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고령농엔 ‘그림의 떡’ 디지털경보
202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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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농가 절반이상 65세 넘겨

농진청 재해 조기경보 제공하나

‘온라인 회원가입’은 높은 문턱

“농기센터 연계 대면 지원 필요”

‘디지털 인프라’ 도농격차 지적도



농민신문 이재효 기자 2025. 10. 26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요? 뭔지 알고는 있는데 절차가 번거로워서 가입은 안했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하고 그런 거 잘 못해서요.”

전남 해남에서 가루쌀(분질미)을 재배하는 정거섭씨(60)는 올해 가을장마로 가루쌀 10%가량이 수발아 피해를 봤다. 정씨는 조기경보서비스에 가입하면 가루쌀 수발아 예보를 받아볼 수 있다는 말에 “미리 알림을 받았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고령농을 위해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연이은 가을비로 심각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는 등 기후재난이 빈번해졌다. 이에 정부는 스마트농업 도입률을 2030년까지 35%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농업의 디지털화를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농업·농촌의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져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농에게는 농촌진흥청이 제공하는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 이용이 ‘그림의 떡’이란 의견이 모인다.

조기경보서비스는 기상청이 마을 단위로 제공하는 기상 정보를 재분석해 농장 수준에서 맞춤형 기상·재해 정보와 대응 지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농민들의 만족도가 86.6%로 조사되는 등 실제 재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 많지만,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기상 알림을 받기 위해선 회원가입이 필요해 고령농 입장에선 문턱이 높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이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조기경보서비스 가입률이 3∼5%대로 저조했다. 올해 9월을 기준으로도 조기경보서비스를 제공하는 110개 시·군의 전체 농민 77만267명 가운데 4만1786명만 회원으로 등록해 가입률이 5.42%에 머물렀다. 농진청 관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농이 많아 가입률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이 전체 농가의 55.8%에 달하는 상황에서 가입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과 연계해 대면으로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받은 뒤 문자메시지로 기상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촌의 디지털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은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농간 통신 품질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농어촌지역의 5G(5세대 이동통신)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45Mbps로 1121Mbps를 기록한 대도시의 58%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함께 도농간 5G 품질 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한 ‘농어촌 공동망 사업’을 통해 접속한 통신망도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577Mbps로 측정됐다. 신 의원은 “대도시와 농촌 이용자가 똑같은 요금을 내면서 품질이 절반이라면 이는 명백한 디지털 차별”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 외에도 농업·농촌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국정과제를 통해 약속한 스마트농업 고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 실장은 “농민들의 스마트농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첨단 농기자재를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 농기자재 공유센터’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